
명절 선물 세트는 받는 순간에는 풍성하지만, 한 달 뒤 부모님 댁에 가 보면 뜯지도 않은 상자가 베란다에 그대로 있는 일이 있습니다. 그럴 바에는 부모님이 매일 손대는 물건 하나를 바꿔 드리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 한 번쯤 해 보셨을 겁니다. 부모님 명절 선물을 실용품으로 고르려는 분을 위해, 무엇을 어떤 기준으로 찾으면 되는지 적었습니다.
실용품 선물은 왜 만족이 높은가
선물 세트가 실패하는 까닭은 대개 "이미 있어서"이거나 "쓸 일이 없어서"입니다. 실용품은 반대로 없어서 불편했던 자리를 채웁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 좋은 물건이 아니라 부모님 생활에 맞는 물건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실용품 선물은 쇼핑이 아니라 관찰에서 시작합니다. 명절 전에 한 번 들를 일이 있다면 그때 집 안을 눈여겨보고, 어렵다면 지난 방문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부모님 댁에서 무엇을 살펴보나
집을 한 바퀴 돌며 아래 표의 질문을 던져 보면 품목이 저절로 좁혀집니다.
| 장소 | 살펴볼 것 | 떠올릴 수 있는 선물 |
|---|---|---|
| 현관 | 신발을 신고 벗을 때 붙잡을 곳이 있는가, 실내화가 낡았는가 | 실내 슬리퍼, 현관 의자 |
| 복도와 화장실 가는 길 | 밤에 불을 켜지 않고 다니시는가 | 건전지나 충전식 무선 센서등 |
| 거실 | 시계와 달력 글씨가 잘 보이는가 | 큰 글씨 벽시계, 큰 글씨 달력 |
| 침실 | 겨울에 건조해하시는가, 이불이 무거운가 | 가습기, 가벼운 이불 |
| 주방 | 냄비 손잡이가 헐겁거나 도마가 낡았는가 | 가벼운 냄비, 도마, 주방 가위 |
| 욕실 | 바닥이 미끄럽고 수건이 해졌는가 | 수건 세트, 욕실 매트 |
한 번에 다 바꾸려 하지 말고 이번 명절에는 한두 가지만 고릅니다. 나머지는 메모해 두었다가 다음 명절이나 생신에 이어 가면 됩니다.
품목별로 무엇을 확인하고 사나
무선 센서등. 사람이 지나가면 켜지는 조명입니다. 전선 공사 없이 붙이는 방식인지, 건전지 교체나 충전이 부모님 혼자서도 가능한지를 봅니다. 너무 밝으면 눈이 부시니 밝기도 확인합니다.
큰 글씨 벽시계. 숫자가 크고 바늘과 바탕의 색 대비가 뚜렷한 것이 좋습니다. 초침 소리에 예민하신 분이라면 소리가 나지 않는 방식인지 살핍니다.
실내 슬리퍼.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지, 뒤꿈치가 헐렁해 벗겨지지 않는지를 봅니다. 발등을 덮는 형태가 걸을 때 안정감이 있습니다. 치수는 평소 신발보다 조금 여유 있게 고릅니다.
가습기. 물통을 들어 옮길 때 무겁지 않은지, 세척할 부분이 손에 닿는 구조인지가 중요합니다. 매일 씻어야 하는 물건이라 구조가 복잡하면 쓰지 않게 됩니다.
전기를 쓰는 제품은 공통으로 안전 표시를 확인합니다.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은 안전인증·안전확인 대상 제품을 표시 없이 판매할 수 없게 하고 있고, 상세 정보에 적힌 인증번호가 실제 등록된 것인지는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보센터 누리집에서 대조해 볼 수 있습니다.
주방 도구. 냄비와 프라이팬은 무게가 첫째입니다. 물을 채운 상태로 한 손에 들 수 있는지를 떠올려 고릅니다. 쓰시는 조리 기구가 가스인지 전기인지에 따라 쓸 수 있는 제품이 다르니 먼저 확인합니다.
설과 추석에는 무엇이 다른가
같은 명절이어도 계절이 달라 필요한 물건이 다릅니다.
- 설(한겨울): 실내가 건조하고 바닥이 찹니다. 가습기, 실내 슬리퍼, 무릎담요, 수면양말처럼 당장 쓰는 보온·보습 소품이 반갑습니다.
- 추석(환절기): 겨울을 앞둔 때입니다. 보온 조끼, 얇은 내의, 겨울 이불처럼 한두 달 뒤부터 쓸 물건을 미리 챙겨 드리기에 좋습니다.
계절과 무관한 것도 있습니다. 센서등이나 시계, 주방 도구는 언제 드려도 그날부터 쓰입니다.
선물이 실제로 쓰이게 하려면 어떻게 하나
실용품 선물의 마지막 단계는 설치와 설명입니다. 상자째 두고 오면 쓰이지 않습니다.
- 드리는 날 직접 설치합니다. 센서등은 붙이고, 시계는 걸고, 가습기는 물을 채워 켜 봅니다.
- 사용법을 큰 글씨 메모 한 장으로 적어 제품 옆에 붙입니다. "물은 여기까지", "충전은 이 선으로" 정도면 됩니다.
- 예전 물건은 여쭤보고 치웁니다. 낡은 것이 그대로 있으면 새것은 아껴 두십니다.
- 며칠 뒤 전화로 써 보시니 어떤지 여쭙니다. 불편한 점이 있으면 교환을 도와 드립니다.
전자상거래법 제17조가 정한 청약철회 기간은 물건을 받은 날부터 7일이어서, 명절보다 너무 일찍 받아 두면 교환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나 버릴 수 있습니다. 주문 시점은 드릴 날을 기준으로 거꾸로 계산하세요.
실용품 선물에서 피할 것은 무엇인가
- 자녀의 생활 방식에 맞춘 물건: 앱을 깔아야 하는 기기, 음성 명령으로 쓰는 기기는 부모님에 따라 짐이 될 수 있습니다.
- 관리가 번거로운 물건: 필터를 자주 갈아야 하거나 부품이 많은 제품은 손이 가지 않습니다.
- 안마·찜질에 쓰는 기기: 실용품처럼 보여도 의료기기로 분류되는 제품이 섞여 있고, 그 여부는 제품마다 다릅니다. 지병이 있으시면 쓰지 말아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부모님과 상의 없이 고를 물건이 아닙니다.
결국 좋은 실용품 선물은 "이게 있으니 편하네"라는 말이 한 달 뒤에 나오는 물건입니다. 그 말을 듣는 데 필요한 것은 비싼 값이 아니라 부모님 집을 한 번 더 살펴보는 눈입니다.